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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수원화성

수원화성

소개

공사실명제 구현

수원화성의 건설은 완벽한 실명제로 완성된다. 성역의 처음과 끝을 모두 기록한 공사보고서를 펴낸 것이다. 국가의 재정이 많이 들어갔고 백성의 피땀 어린 정성이 훌륭한 결과를 낳았으므로 보고서의 간행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수원화성의 성역이 한창 진행되던 정조19년(1795) 윤 2월에 수원에서는 커다란 잔치가 열렸다.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 잔치가 열렸던 것이다. 수원화성에 대한 정조의 애착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일이라 하겠다. 이 잔치의 모든 것을 책으로 펴냈는데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라는 책이다. 이 책의 간행에 앞서 정조는 국가의 모든 행사를 낱낱이 정리해 놓을 요량으로 정리의궤청을 설치하였었다.
원행을묘정리의궤의 간행은 화성성역 공사보고서의 간행에 본보기가 되었다.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라고 제목을 단 이 책에는 공사의 논의 과정과 관청 사이에 주고 받은 공문서, 임금의 의견과 명령 등 진행 과정을 기록했고, 공사 참여자의 이름과 공역 일수, 각 시설물의 위치와 모습 및 비용들을 낱낱이 실었다.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은 그림을 그려서 이해를 돕기도 했다. 공사비에 대한 대목에서는 각 공역에 들어간 경비를 산출하였고, 인건비(일당)와 공사에 참여한 일수 등도 상세하게 기록해서 석공 아무개가 어느 고장의 출신이며, 어느 현장에서 몇 일을 일했으며 얼마의 돈을 품값을 받았는지 알 수 있게 했다. 어느 시설물이든지 건축 자재를 하나하나 기록했고, 그 비용을 산출했으며 성 안팎에서 본 그림을 따로 그려 이해를 도왔는데 부득이한 경우엔 실내의 그림을 그려놓기도 했다. 거중기(擧重機)와 같은 기계들은 부품까지 따로 그려서 설명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이 공사보고서가 형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반증인 것이다. 지난 70년대 수원화성은 대대적인 보수를 하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부분적인 보수를 해오고 있다. 그럴 때마다 화성성역의궤가 교과서로 등장하는 것은 기본이다. 수원화성이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데에도 화성성역의궤는 한몫을 톡톡히 했다. 200여년 전의 완벽한 공사보고서에 세계가 놀란 것이다. 화성성역의궤에 들어 있는 실명제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현장에서도 그 흔적들을 만날 수 있다.
창룡문과 화서문, 그리고 팔달문에서 실명판을 볼 수 있는데 화서문 것은 마모가 심해서 눈을 씻고 들여다 봐야 볼 수 있지만, 창룡문과 팔달문의 실명판은 선명하게 보인다. 그중에서 팔달문 것은 마치 어제 새긴 듯 글씨가 살아 있다. 최근에 일어난 부실 공사들과 비교해보면 놀랄 수밖에 없다.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자신이 없으면 기록을 제대로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수원화성의 건설 과정을 모두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은 곧, 정조를 비롯한 당시 정치가들의 자신감 있는 국정 수행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그러면 그 당당한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올까. 이는 당연히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기본으로 깔려 있을 때만이 가능한 일 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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